죽전역 주변에서 노인 주간보호센터를 찾는 가족을 위한 동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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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전은 평평한 동네가 아니다. 용인 수지 일대가 대체로 그렇듯 죽전동도 낮은 구릉을 깎고 다져…
- 장 보는 일로 치면 죽전은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동네다. 죽전역에 붙어 있는 신세계백화점 경…
- 죽전역은 수인분당선 역이다. 이 노선 하나가 죽전을 서울과 성남, 그리고 수원 방향으로 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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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전은 평평한 동네가 아니다. 용인 수지 일대가 대체로 그렇듯 죽전동도 낮은 구릉을 깎고 다져 만든 땅이라, 큰길은 반듯해도 골목으로 한 발만 들어가면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대지고개라는 이름이 괜히 남은 게 아니다. 고개라는 말 그대로 예전엔 넘어가는 길이었고, 지금은 도로가 시원하게 뚫렸지만 지형의 결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걷다 보면 같은 단지 안에서도 동과 동 사이에 계단이 놓인 곳이 적지 않다. 어르신 걸음으로는 이 짧은 오르막이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반대로 단지 안쪽으로 잘 가꿔진 녹지와 산책로가 넉넉해서, 날 좋은 오후에 벤치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보정동 쪽으로 넘어가면 지대가 조금 낮아지고 길이 한결 눕는다. 같은 죽전이라도 어느 쪽 언덕에 사느냐에 따라 하루 이동의 체감이 꽤 달라지는 셈이다.
장 보는 일로 치면 죽전은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동네다. 죽전역에 붙어 있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이 일대 생활의 중심축 노릇을 한다. 명절이나 어버이날 무렵이면 자녀 손을 잡고 백화점 식품관을 도는 어르신들이 유독 눈에 띈다. 백화점 안에서 웬만한 볼일이 한 번에 끝나니 다리가 불편한 분들에게는 이만한 곳이 없다. 죽전 카페거리 쪽은 성격이 좀 다르다. 젊은 손님이 많고 골목이 촘촘해서 낮 시간에는 조용하다가 저녁에 활기가 돈다. 어르신들에게는 산책 삼아 한 바퀴 도는 길에 가깝다. 단지 상가마다 있는 병원과 약국, 반찬가게, 미용실이 실제로 어르신들의 하루 반경을 만든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웬만한 일이 걸어서 해결되는 구조라,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어르신 혼자 근처를 다니시는 일이 흔하다.
죽전역은 수인분당선 역이다. 이 노선 하나가 죽전을 서울과 성남, 그리고 수원 방향으로 이어 준다. 주말에 서울 사는 자녀가 부모님을 뵈러 내려올 때 차 대신 전철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역에서 내려 백화점을 지나면 바로 주거지로 이어지니 길을 헤맬 일이 없다. 역 주변으로 버스가 촘촘하게 모이는 것도 죽전의 특징이다.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를 오가는 통학 수요가 워낙 커서 아침저녁으로 정류장이 붐빈다. 그 시간대를 피하면 오히려 한산하다. 어르신을 태운 차량이 오가기에는 큰길 쪽이 확실히 수월하고, 안쪽 단지로 들어갈수록 진입로가 좁아진다. 역세권이라는 말이 이 동네에서는 단순히 집값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이 얼마나 자주 들를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죽전은 계획해서 만든 택지지구다. 논밭을 갈아엎고 도로부터 그은 땅이라 구도심 특유의 실핏줄 같은 골목이 없다. 대신 블록이 크고 길이 곧다. 여기에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가 들어오면서 대학가 성격이 얹혔다. 그래서 죽전의 낮은 두 얼굴을 갖는다. 학생과 직장인이 빠져나간 평일 오전의 단지 안은 아주 조용하고, 그 시간을 채우는 사람이 대부분 어르신이다. 입주 초기에 자녀와 함께 들어와 자리를 잡은 뒤 그대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이 동네에서 죽전역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이 늘어난 것도 그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부모님이 30년 가까이 살아온 동네를 떠나지 않으면서 낮 시간만 안전하게 보낼 방법을 찾는 것이다. 아들과딸 수지죽전 센터처럼 수지권에 자리 잡은 곳을 두고 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
주거 형태는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가 압도적이다. 수백 세대씩 묶인 단지가 줄지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상가와 학교가 박혀 있다. 저층 주택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동네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아파트다. 대단지는 어르신에게 유리한 면이 분명하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관리사무소가 있으며 경비실을 통해 소식이 전해진다. 단지 안에서 오래 알고 지낸 이웃이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문화도 살아 있다. 다만 단지가 크다는 것은 동에서 정문까지의 거리도 멀다는 뜻이다. 지팡이를 짚고 정문까지 나오는 데 십 분 넘게 걸리는 동도 있다. 그래서 같은 아파트에 사셔도 어느 동이냐에 따라 바깥출입 빈도가 확연히 갈린다.
하루 이동으로 보면 죽전의 길은 대체로 너그러운 편이다. 택지지구답게 단지 진입로가 넓고 회차 공간이 확보된 곳이 많아, 어르신을 태운 차량이 드나들기에 무리가 없다. 단지 정문 앞에 잠시 정차할 자리가 있느냐 없느냐가 실제로는 큰 차이를 만든다. 문제는 언덕 쪽이다. 대지고개 방면이나 구릉을 따라 올라간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어서 겨울철 눈이 오면 오르내리기가 까다로워진다. 이런 지형에서는 죽전역 데이케어센터 같은 시설이 어르신의 하루 반경을 대신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혼자서는 언덕 아래로 내려오기 어려운 분도 낮 시간을 사람들 속에서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면회를 오는 가족 입장에서는 역 방향이 압도적으로 편하다. 전철에서 내려 백화점 앞 큰길을 따라 들어오면 되고, 차를 가져오는 경우에도 큰길에서 단지로 붙는 구조라 길이 단순하다. 다만 통학 시간대와 겹치면 역 주변이 정체되니, 오전 늦게나 이른 오후에 움직이는 편이 서로 수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