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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 수원화성 창룡문 아래 골목에서 어르신 하루를 생각하다

수원 팔달 센터 관할 · 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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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을 아는 사람들은 이 동네를 시장으로 기억한다. 지동시장과 못골종합시장이 나란히 붙어 있어서 장날이 따로 없다. 아침에 나가면 아침대로 물건이 있고 저녁 무렵에 나가면 또 저녁대로 남은 것을 싸게 파는 풍경이 벌어진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반찬가게 앞에서 한참 서 있는 어르신들을 흔히 본다. 무릎이 예전 같지 않으니 한 번 나온 김에 며칠 먹을 것을 사서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봉지 무게가 또 문제다. 젊은 사람 손에는 가벼워도 여든 넘은 손에는 무겁다. 시장 주변으로는 오래된 상가 건물과 작은 점포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큰 마트에 가려면 나서야 하지만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봉지 사는 일은 걸어서 해결된다. 이런 동네에서는 어르신이 혼자 살아도 어느 정도는 버틴다. 다만 버티는 것과 잘 지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내다가 시장 상인과 몇 마디 나누는 게 대화의 전부인 날도 있다. 가족이 지동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시점도 대개 그런 무렵이다.

지동은 평평한 동네가 아니다. 팔달산 동측 구릉이 이 일대까지 내려오면서 골목마다 오르내림이 생겼다. 수원화성 창룡문이 동쪽 언덕 위에 서 있고 그 아래로 주택가가 층을 이루며 앉아 있다.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은 산책하기 좋다. 나무 그늘이 있고 앉을 자리도 있어서 아침이면 천천히 걷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수원천이 흐른다. 물길을 따라 난 길은 평지에 가까워서 언덕길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주로 그쪽으로 나선다. 문제는 집에서 그 평지까지 나가는 구간이다. 언덕 중턱에 사는 어르신은 산책을 하려고 해도 먼저 비탈을 내려가야 하고 돌아올 때는 그 비탈을 다시 올라야 한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그 며칠은 아예 밖에 못 나간다. 녹지는 가까이 있는데 그 녹지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은 동네, 그게 지동이다.

이곳은 전형적인 구도심이다. 신도시처럼 반듯하게 구획된 곳이 아니라 세월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동네다. 집들은 오래됐고 골목은 좁다. 그런데 그만큼 사람들이 오래 산다. 삼십 년 사십 년 한자리에서 지낸 어르신이 흔하고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말이 여기서는 과장이 아니다. 이런 동네의 좋은 점은 분명하다. 어르신이 며칠 안 보이면 누군가 알아챈다. 반대로 어려운 점도 있다. 오래된 주택은 계단이 가파르고 문턱이 높다. 화장실이 밖에 있거나 마당을 지나야 하는 집도 남아 있다. 자식들이 아파트로 모시고 싶어도 어르신 본인이 이 동네를 떠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 다닌 시장이 있고 아는 얼굴이 있는 곳이니 당연하다. 그래서 낮 시간만 다녀오는 방식이 현실적인 절충안이 된다. 잠은 살던 집에서 자되 낮에는 사람들 속에서 지내는 것이다. 지동 데이케어센터를 찾는 가족들이 원하는 것도 대개 이 지점이다.

오가는 길은 행궁동 방향이 기준이 된다. 지동은 수원화성 안팎으로 이어진 동네라 성곽 주변 도로를 타고 움직이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창룡문 쪽에서 도심으로 빠지는 길이 있고 수원천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지는 길도 있다. 버스는 시장 앞이나 큰길가에서 타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정류장까지 가는 거리다. 큰길에서 골목 안쪽으로 몇 백 미터만 들어가도 걸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경사까지 겹치면 더 힘들다. 그래서 지동 어르신들은 버스를 잘 안 탄다는 말도 나온다. 못 타는 게 아니라 정류장까지 가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차로 움직일 때는 큰길로 나오는 진입로가 어디인지가 중요하다. 골목 안쪽 집은 차가 문 앞까지 못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는 어르신이 몇 십 미터라도 걸어 나와야 한다.

지동은 행궁동과 맞붙어 있다. 성곽 안쪽 생활권이 이어지다 보니 두 동네를 오가는 일이 잦고 어디까지가 지동이고 어디부터가 행궁동인지 주민들도 딱 잘라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못골종합시장 일대는 인근 동네에서도 장을 보러 오는 곳이라 생활권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수원천 건너편으로도 주택가가 이어지고 팔달구 안에서 움직이는 거리는 대체로 짧다. 담당 권역으로 보면 아들과딸 수원 팔달 센터가 이 일대를 맡고 있다. 팔달구라는 하나의 생활 단위 안에서 어르신이 다닐 만한 곳을 찾는다는 뜻이다. 멀리 다른 구까지 나갈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은 가족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낮에 무슨 일이 생겨도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 이동을 놓고 보면 이 동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큰길과 시장 주변, 수원천변은 평평하고 넓다. 차가 서기도 편하고 걷기도 수월하다. 반면 창룡문 아래 언덕 쪽 골목은 사정이 다르다. 경사가 있고 폭이 좁아서 승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구간이 있으며, 어떤 골목은 차 한 대가 들어가면 마주 오는 차가 비켜설 자리가 없다. 이런 지형에서는 어르신이 집 앞에서 큰길까지 나오는 그 짧은 구간이 하루의 관문이 된다. 평지에 사는 분과 언덕 중턱에 사는 분의 사정이 같을 수 없다. 주간보호센터 같은 시설이 이 동네에서 하는 역할도 결국 그 지점과 맞닿아 있다. 낮 동안 어르신이 안전한 실내에서 지내고 가족은 그 시간에 일을 볼 수 있다는 것, 구도심 골목에 흩어져 사는 어르신들에게 그런 공간이 하나의 거점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면회를 오는 가족이라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큰길이나 시장 방향에서 접근하는 편이 수월하다. 주차 자리를 찾기가 훨씬 낫고 걸어 들어가는 거리도 짧다. 저녁 무렵 시장 앞은 사람이 몰리니 그 시간대를 살짝 비껴 오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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