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만동, 언덕 위 대학가와 오래된 아파트가 섞인 동네에서 노년을 보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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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만동을 한 바퀴 돌아보면 주거의 결이 한 동네 안에서 여러 겹으로 나뉜다는 걸 금방 알게 된…
- 지형을 빼놓고 우만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동네는 광교산 자락을 낀 언덕 위에 앉아 있다.…
- 오가는 길을 이야기하자면 우만동은 걸어서 닿는 곳과 차로 나가야 하는 곳이 뚜렷하게 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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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만동을 한 바퀴 돌아보면 주거의 결이 한 동네 안에서 여러 겹으로 나뉜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우만주공 대단지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가 넓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이곳에는 입주 때부터 살아온 어르신들이 여전히 많다. 자녀가 결혼해 나가고 부부 둘만 남거나, 혼자 사시는 집도 적지 않다. 단지 안 상가와 벤치, 정자에 앉아 계신 분들을 보면 이 동네 노년의 하루가 어떤 모습인지 짐작이 간다. 대단지 바깥으로 나가면 풍경이 바뀐다. 아주대학교와 경기대학교가 가까운 탓에 대학가 특유의 저층 주택과 원룸이 골목마다 들어차 있다. 학생들이 세 들어 사는 집 아래층에 오래 사신 어르신 가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이 동네는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생활 시간표가 한 골목 안에서 겹친다. 새 아파트가 줄줄이 올라가는 신도시와는 사정이 다르다. 여기 어르신들은 대개 이사보다 정든 집에 남는 쪽을 택해 왔고, 그 선택이 이 동네의 노년 인구를 두텁게 만들었다.
지형을 빼놓고 우만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동네는 광교산 자락을 낀 언덕 위에 앉아 있다. 평지에 반듯하게 깔린 동네가 아니라는 뜻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오르막이 시작되고, 조금 더 가면 다시 내리막이 나온다. 걸음이 느려진 어르신에게 이런 지형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된다. 같은 거리라도 평지 오백 미터와 언덕길 오백 미터는 몸이 받아들이는 무게가 전혀 다르다. 동쪽으로는 창룡문 동측 성곽이 이어진다. 성곽을 따라 난 길은 산책하기 좋아서 아침저녁으로 걷는 분들이 있고, 계절이 바뀌는 걸 몸으로 느끼기에도 좋은 자리다. 다만 성곽길 자체가 지대가 높은 곳에 놓여 있어서, 무릎이 편치 않은 분들은 초입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광교산 쪽으로 갈수록 녹지가 짙어지고 공기는 확실히 달라진다. 창문을 열면 산 냄새가 들어오는 집이 이 동네에는 아직 남아 있다.
오가는 길을 이야기하자면 우만동은 걸어서 닿는 곳과 차로 나가야 하는 곳이 뚜렷하게 갈린다. 이 동네에 전철역이 놓여 있지는 않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바깥 나들이는 대부분 버스와 자녀 차편에 기댄다. 다행인 것은 아주대병원이 코앞이라는 점이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이 동네 사람들이 가장 자주 밟는 길이고, 아주대학교 방면으로 이어지는 큰길은 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정기 진료를 다니는 어르신에게 이만한 입지가 드물다. 진료 예약이 잡힌 날 아침에 길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검사 결과를 들으러 다시 가야 할 때 부담이 적다는 것은 노년의 일상에서 꽤 무거운 조건이다. 반대편 경기대학교 쪽 길도 사정은 비슷해서, 대학가를 지나는 노선들이 낮 시간대에도 촘촘하게 다닌다. 다만 학기 중에는 두 대학을 오가는 학생들로 버스가 붐비는 시간대가 있다. 앉아서 가기를 바라는 어르신이라면 그 시간을 피해 움직이는 편이 낫다. 월드컵경기장이 가까워 큰 행사가 있는 날에는 주변 도로가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그런 날을 빼면 흐름은 대체로 무난하다. 언덕을 내려가 연무동과 지동 방면으로 붙는 길은 시내 쪽으로 나가는 통로 노릇을 한다. 우만동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이 동네를 눈여겨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결국 이 길들의 짜임이다. 몸이 안 좋아졌을 때 바로 갈 병원이 가깝다는 사실은 숫자로 표현되지 않지만 가족의 마음을 크게 덜어 준다.
우만동은 사방으로 다른 동네와 맞물려 있다. 연무동 방면으로는 성곽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지동 쪽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생활권이 시작된다. 이 두 방향은 우만동 사람들이 평소에 가장 자주 오가는 길이다. 장을 보러 가거나 오래된 지인을 만나러 갈 때,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 이 근처에서 해결하는 분들이 많다. 월드컵경기장 쪽으로는 조금 더 트인 느낌이 든다. 우만동 데이케어센터를 찾는 가족 입장에서는 이렇게 인접 동네가 촘촘히 붙어 있다는 점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어르신이 살던 동네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아도 되고, 형제자매가 서로 다른 동네에 살아도 한자리에 모이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팔달구 안에서도 우만동은 경계가 뚜렷하기보다 이웃 동네와 스며드는 쪽에 가깝다.
언덕 동네의 길은 어르신의 하루 이동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큰길에서 단지 앞까지는 차가 무리 없이 들어온다. 우만주공처럼 넓은 단지는 진입로가 확보돼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차량이 드나들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다. 문제는 그 바깥이다. 대학가 쪽 저층 주택가로 들어가면 골목이 좁아지고 경사가 붙는다. 양쪽에 차가 세워진 골목에서는 큰 차가 방향을 틀기 어렵고,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오르막 진입 자체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어느 집이 어느 길에 붙어 있느냐가 하루의 이동 난이도를 가른다. 큰길에 가까운 집과 골목 안쪽 언덕 위의 집은 사정이 다르다. 가족이 면회를 올 때는 아주대병원이나 월드컵경기장 방면 큰길에서 접근하는 편이 수월하다. 이 방향은 길이 넓고 방향을 잡기가 쉽다. 반대로 성곽 안쪽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오면 초행길에는 헤매기 십상이다. 하원 시간이 학생들의 통학 시간과 겹치는 날에는 골목이 평소보다 복잡해지기도 한다.
우만동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학가와 구도심이 겹친 동네다. 신도시처럼 계획된 격자 위에 지어진 곳도 아니고, 택지지구처럼 반듯하게 구획된 곳도 아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대학가 주택가, 성곽과 산자락이 각자의 사정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 이 차이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길이 반듯하지 않아 처음 온 사람은 헷갈리지만, 오래 산 사람에게는 지름길이 몸에 익어 있다. 상가는 학생 손님을 받는 가게와 수십 년 자리를 지킨 가게가 섞여 있다. 젊은 사람이 많아 동네가 활기차다는 점은 장점이고, 그만큼 노인만을 위해 설계된 공간은 아니라는 점은 한계다. 그럼에도 이 동네를 떠나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병원이 가깝고, 자식이 찾아오기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수십 년 눈에 익은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노년의 돌봄을 이 동네 안에서 해결하려는 가족이 늘어나는 흐름도 결국 그 애착과 이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