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동에서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에게 — 장안문 북쪽 평지 구도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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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수원 팔달구 영화동은 신도시도 아니고 택지지구도 아니다. 수원화성 성곽 북쪽, 그러니까 장안문…
- 가족 입장에서 위치를 따질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결국 출퇴근길에 겹치느냐다. 영화동은 장안문…
- 주말에 들르는 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평일에는 시간에 쫓겨 잠깐 얼굴만 보고 가더라도,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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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달구 영화동은 신도시도 아니고 택지지구도 아니다. 수원화성 성곽 북쪽, 그러니까 장안문 바로 위쪽에 자리 잡은 오래된 구도심 주거지다. 이 말이 사는 사람에게 어떤 차이로 느껴지느냐 하면, 우선 길이 반듯한 격자가 아니다. 새로 지은 동네처럼 블록이 네모나게 떨어지지 않고, 오래 살아온 집들 사이로 생긴 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신 얻는 것도 분명하다. 걸어서 닿는 거리 안에 생활이 거의 다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어르신들이 수십 년을 이 동네에서 지내온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낯선 곳으로 옮기는 일 자체를 크게 부담스러워하신다. 영화동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되도록 동네 안이나 가까운 생활권에서 찾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던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어르신이 덜 헷갈리고, 아침에 나서는 일도 덜 낯설다. 구도심이라는 말에는 낡았다는 뜻만 있는 게 아니라, 익숙하다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
가족 입장에서 위치를 따질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결국 출퇴근길에 겹치느냐다. 영화동은 장안문 북측이라는 자리 덕분에 이 부분이 나쁘지 않다. 수원 도심에서 북쪽으로 빠져나가는 흐름과, 북수원 쪽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흐름이 모두 이 근처를 지난다. 아침에 어르신을 모신 뒤 그대로 북쪽으로 올라가거나 남쪽 도심으로 내려가는 식으로 방향을 이어 붙이기가 수월하다는 얘기다. 되돌아 나와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은근히 크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 십 분, 십오 분의 차이가 몇 달이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성곽 안쪽 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위치였다면 이야기가 또 달랐을 텐데, 영화동은 성곽 북쪽에 있어서 그 부담에서 한 발 비켜서 있다.
주말에 들르는 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평일에는 시간에 쫓겨 잠깐 얼굴만 보고 가더라도, 주말에는 좀 여유 있게 다녀가고 싶은 게 가족 마음이다. 이때 영화동의 위치가 갖는 장점은 방향을 크게 틀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정자동과 맞닿아 있어서 북수원 생활권에 사는 자녀가 오기 편하고, 장안문 쪽에서 올라오는 가족도 방향이 단순하다. 수원종합운동장이 가까이 있다는 점도 기준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 오는 사람에게 길을 설명할 때 종합운동장을 기준으로 말하면 대개 알아듣는다. 어디서 오든 "운동장 쪽"이라는 한마디로 방향이 잡히는 동네다. 사소해 보이지만, 나이 든 부모를 두고 여러 형제가 번갈아 오가는 집이라면 이런 게 실제로 편하다.
오가는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하면 경수대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길이 영화동 생활의 큰 축이다. 남쪽으로는 수원 도심과 장안문 방면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정자동을 지나 북수원 방향으로 뻗는다. 차를 가진 가족은 이 큰길만 타면 대체로 헤맬 일이 없다. 대중교통을 쓰는 경우에도 경수대로 축을 따라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운전을 하지 않는 가족이 어르신을 보러 오기에 아주 불리한 자리는 아니다. 수원종합운동장 일대는 원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이쪽 도로 사정을 아는 주민이 많다. 다만 큰 행사가 있는 날에는 주변이 붐빈다는 것 정도는 감안하는 게 좋다. 그런 날을 피해서 오면 별 어려움이 없다.
지형은 이 동네를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동은 평지다. 수원화성 성곽 북쪽으로 펼쳐진 낮고 평평한 땅 위에 집들이 앉아 있다.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야 하거나, 한참을 올라가야 집이 나오는 그런 지형이 아니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 이건 생각보다 큰 조건이다. 무릎이 예전 같지 않은 어르신에게 경사 없는 길은 그 자체로 하루의 부담을 덜어 준다. 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분도, 보행기를 미는 분도 평지에서는 훨씬 수월하다. 수원종합운동장 일대처럼 넓게 트인 공간이 가까이 있다는 점도 답답함을 덜어 준다. 오래된 동네라 골목이 좁은 구간은 있지만, 그 좁음이 오르막과 겹치지는 않는다. 좁기만 한 길과 좁으면서 가파른 길은 어르신에게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이 동네의 길과 땅은 어르신의 하루 이동에 비교적 순하게 작용하는 편이다. 아침저녁으로 차가 드나드는 경로를 보면, 경수대로 같은 큰길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구조라 큰 흐름을 타기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늘 마지막 구간이다. 구도심 골목 가운데는 폭이 넉넉지 않아 큰 차가 들어서기 곤란한 곳이 섞여 있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집 앞까지 차가 붙는지, 아니면 큰길가까지 몇 걸음 나와야 하는지가 집집마다 다르다. 다행인 것은 그 몇 걸음이 오르막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지라서 짧은 거리는 어르신 혼자서도 감당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동 데이케어센터 같은 시설이 이 동네에서 맡는 역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낮 동안 어르신이 머물 자리를 동네 안에 두어, 가족이 멀리 움직이지 않고도 하루를 이어 가게 하는 것이다. 면회를 오는 방향은 북쪽 정자동 쪽이든 남쪽 장안문 쪽이든 크게 불리하지 않다. 다만 성곽 남쪽에서 올라오는 가족이라면 도심 구간을 지나야 하니, 시간대를 조금 여유 있게 잡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