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 아파트 숲과 청명산 사이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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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통은 수원시 영통구에서도 아파트가 가장 촘촘히 들어선 동네다. 단지 하나가 끝나면 길 하나 …
- 교통으로 보면 영통은 답답할 일이 별로 없는 동네다. 영통역이 생활권 한복판을 지나가고, 역을…
- 영통에는 청명산이 있다. 높은 산은 아니고, 동네에 슬쩍 기대어 앉은 야트막한 산이다. 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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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통은 수원시 영통구에서도 아파트가 가장 촘촘히 들어선 동네다. 단지 하나가 끝나면 길 하나 건너 또 단지가 시작되고, 그 사이사이에 상가 건물이 낮게 깔려 있다. 저층 주택이 남아 있는 자리도 있지만 동네의 얼굴을 만드는 것은 역시 대단지 아파트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아파트들이 지어진 시기다. 젊은 부부가 처음 집을 장만해 들어왔던 그 단지에서 아이가 자라 독립하고, 이제는 그 부부가 노년을 맞았다. 그러니까 영통의 어르신 상당수는 다른 데서 옮겨온 분이 아니라 이 동네에서 그대로 늙어가신 분들이다. 같은 동에 30년 가까이 사신 분도 드물지 않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이웃도 그만큼 오래된 얼굴이다. 이런 정주 방식은 돌봄을 생각할 때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집을 떠나기 싫어하시는 이유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30년치 생활이 그 단지 안에 있기 때문이다.
교통으로 보면 영통은 답답할 일이 별로 없는 동네다. 영통역이 생활권 한복판을 지나가고, 역을 중심으로 버스 노선이 여러 갈래로 뻗는다.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시장에 다녀오실 때 대체로 역 주변에서 갈아타신다. 다만 지하철은 계단과 환승 거리 때문에 다리가 불편해지면 금세 부담스러워진다. 그래서 나이가 드실수록 지하철보다 버스, 버스보다 가족 차를 찾게 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망포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도 영통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통로다. 자녀분들이 주말에 부모님을 뵈러 올 때 이 길들을 타고 들어온다. 큰길이 반듯하게 나 있어 초행길인 사람도 헤매는 일이 적다. 영통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위치를 볼 때 역과의 거리를 먼저 따지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영통에는 청명산이 있다. 높은 산은 아니고, 동네에 슬쩍 기대어 앉은 야트막한 산이다. 이 산이 있어서 영통은 온통 콘크리트만 있는 동네라는 소리를 면한다. 아침이면 산책로를 따라 걷는 어르신들이 꽤 많다. 무릎이 좋지 않아 정상까지는 못 가시더라도 아랫자락 평평한 길만 왕복하시는 분들이 있다. 산이 있으니 그 주변으로는 지형에 굴곡이 생긴다. 단지 안 길도 완전히 평평하지만은 않아서, 어떤 동은 나가는 길이 살짝 오르막이다. 반대로 영통의 큰 축을 이루는 도로 쪽은 대체로 평지에 가깝다. 이 차이가 어르신 걸음에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평지 구간에 사시는 분과 언덕 쪽에 사시는 분은 하루에 나가는 횟수부터 다르다.
영통동은 영통구 안에서 여러 동네와 맞물려 있다. 망포 쪽으로 생활권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그쪽 상가나 병원을 이용하는 영통 주민도 많다. 행정구역 경계와 실제 생활 반경이 딱 겹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수원 팔달 쪽과도 오가는 흐름이 있다. 영통에서 팔달 방면은 차로 움직이면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가족 중 누군가는 그 방향에 직장이 있고 부모님은 영통에 사시는 경우도 흔하다. 시설을 알아볼 때 영통 안쪽만 보지 않고 팔달 권역까지 함께 놓고 비교하는 가족이 있는 것도 그래서다. 아들과딸 수원 팔달 센터처럼 팔달에 자리한 곳이 영통 가족들의 선택지에 오르내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영통은 성격을 딱 잘라 말하기 쉬운 동네다. 계획적으로 조성된 택지지구, 그 위에 세월이 쌓인 곳. 구도심처럼 골목이 얽혀 있지도 않고,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신도시처럼 휑하지도 않다. 도로가 격자로 반듯하고 단지와 상가와 학교가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서 사는 사람이 느끼는 차이는 '예측 가능함'이다. 어디쯤에 무엇이 있는지 몸이 기억한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어르신에게도 익숙한 격자 구조는 덜 혼란스럽다. 다만 택지지구 특유의 단점도 있다. 단지 안은 조용한 대신 단지 밖 큰길은 차가 빠르게 달린다. 횡단보도 하나 건너는 일이 젊을 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영통 데이케어센터를 두고 가족들이 고민할 때 결국 이 동네 특유의 조건들이 판단 근거가 된다.
길의 생김새는 어르신의 하루에 꽤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영통은 큰길이 넓고 반듯해서 차량이 드나들기에 무리가 적은 편이다. 단지 진입로도 대체로 폭이 확보돼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동과 동 사이 길이 좁아지고, 지상 주차 구역과 보행로가 뒤엉키는 구간이 나온다. 오전 시간대에는 출근 차량과 겹쳐 정체가 생기기도 한다. 청명산 자락에 가까운 쪽은 경사가 있어서, 그 부근 동 앞까지 차가 붙기 어려운 자리도 있다. 어르신이 현관에서 차까지 걸어 나오는 그 짧은 거리가 어떤 집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고 어떤 집에서는 하루 중 가장 힘든 구간이 된다. 가족이 면회하러 오는 방향으로 보면 영통은 유리한 편이다. 큰길에서 바로 붙는 구조라 초행이어도 길 찾기가 수월하다. 다만 주차 자리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이 동네는 낮 시간에도 지상 주차가 빡빡한 곳이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