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성곽 안쪽 골목부터 광교 물가까지 — 어르신의 하루가 지나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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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수원은 한 도시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이 겹쳐 있는 곳이다. 팔달문 언저리와 화성행궁 주변은 오…
- 수원의 계절은 성곽과 물길에서 먼저 드러난다. 봄이면 화성 성벽을 따라 난 길에 볕이 길게 들…
- 가을과 겨울의 풍경은 또 한 번 바뀐다. 서호, 그러니까 축만제 둘레는 가을 저녁 물빛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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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한 도시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이 겹쳐 있는 곳이다. 팔달문 언저리와 화성행궁 주변은 오래된 구도심이라 좁은 길과 낮은 건물이 촘촘하고,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서 살아온 어르신이 많다. 반대로 광교신도시 쪽은 반듯하게 계획된 새 동네다. 인도가 넓고 단지 안 길도 평탄해서 걸음이 느려진 분들이 다니기에 부담이 덜하다. 영통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배후에 둔 아파트 단지가 줄지어 있고, 권선과 장안은 살림집과 상가가 섞여 오래 굳어진 생활권을 이룬다. 그러니 같은 수원이라도 사는 구가 어디냐에 따라 하루의 결이 꽤 다르다. 구도심에 오래 사신 분은 골목의 가게 주인과 이웃이 곧 안부를 확인해 주는 사람들이었고, 신도시로 옮겨 온 분은 자식 가까이 왔지만 아는 얼굴이 적어 낮이 길게 느껴지곤 한다. 팔달 쪽에서 수원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이 많은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익숙한 동네를 떠나지 않으면서 낮 시간을 함께 보낼 자리를 찾는 것이다.
수원의 계절은 성곽과 물길에서 먼저 드러난다. 봄이면 화성 성벽을 따라 난 길에 볕이 길게 들고, 팔달산 아래쪽 완만한 구간에는 천천히 걷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수원천 둔치는 봄가을 산책하기에 가장 만만한 자리다. 물길을 따라 평평하게 이어져 계단을 오르내릴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름은 사정이 다르다. 성곽 위는 그늘이 귀해 한낮에는 오래 머물기 어렵고, 물가라도 습기가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 계절엔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으로 바깥 활동이 옮겨 간다.
가을과 겨울의 풍경은 또 한 번 바뀐다. 서호, 그러니까 축만제 둘레는 가을 저녁 물빛이 좋아 오래 앉아 있게 되는 곳이고, 광교호수공원은 데크가 넓게 깔려 있어 보행기를 밀고 나온 어르신도 흔하다. 낙엽이 쌓이면 성곽길 돌바닥은 미끄러워진다. 겨울에는 팔달산 자락과 성곽 계단이 얼어붙어 며칠씩 바깥 걸음을 접는 분들이 생긴다. 이렇게 바깥에 나가기 어려운 계절이 길어질수록, 낮 동안 실내에서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일 자리가 있는지가 가족에게 큰 문제가 된다. 수원 데이케어센터 같은 곳이 동네에서 맡는 역할이 바로 그 지점에 걸쳐 있다. 계절이 나쁠 때 어르신의 하루가 방 안에서만 흘러가지 않게 붙잡아 주는 것이다.
하루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수원은 구마다 길의 성격이 뚜렷하게 갈린다. 팔달문 뒤편 구도심 골목은 폭이 좁고 일방통행이 많다. 게다가 팔달산을 등진 쪽은 경사가 제법 붙어서, 큰 차가 집 앞까지 들어오기 어려운 골목이 적지 않다. 그런 곳에 사는 어르신은 큰길가까지 몇십 미터를 걸어 나오는 것부터가 하루의 첫 일이 된다. 반면 광교와 영통의 아파트 단지는 차량 진입로와 보행로가 애초에 나뉘어 설계돼 있어 오르내림이 훨씬 수월하다. 가족이 면회하러 오는 방향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인계동 시청 상권 쪽은 낮에도 차가 몰리고 주차가 빠듯한 편이라, 퇴근길에 잠깐 들르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낫다. 화성 성곽 안쪽은 관광객이 많은 주말에 특히 붐빈다.
오가는 길 자체는 경기 남부에서 손꼽히게 열려 있는 도시다. 1호선 수원역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가족이 가장 많이 쓰는 관문이고, 수인분당선이 붙으면서 분당과 인천 방향에서 오는 길도 한결 단순해졌다. 지방에 사는 형제가 올라올 때는 수원종합버스터미널을 거치는 경우가 흔하다. 시내에서는 팔달문과 수원역을 잇는 축으로 버스 노선이 촘촘하게 지나가, 어르신이 혼자 움직이던 시절부터 익숙해진 정류장이 대개 하나씩은 있다. 다만 수원역 일대는 사람과 차가 늘 뒤엉킨다. 걸음이 느린 분과 함께라면 역 광장을 가로지르기보다 한 정류장 떨어진 곳에서 만나는 편이 편하다.
마지막으로 땅의 생김새를 짚어 두면 동네가 더 잘 읽힌다. 수원은 팔달산이 도심 한복판에 봉긋 솟아 있고, 그 산을 중심으로 성곽이 둘러선 구조다. 산자락에 가까울수록 길이 기울고, 멀어질수록 평지가 넓게 펼쳐진다. 수원천은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낮은 지대를 따라 흐르고, 서편의 서호는 오래된 저수지답게 둘레가 평탄하다. 광교호수공원 일대는 물을 끼고 조성된 녹지가 넓어 나무 그늘이 넉넉하다. 나혜석거리처럼 평평하고 사람 많은 거리도 있지만, 성곽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어느 쪽에 사느냐에 따라 어르신의 바깥 걸음이 얼마나 자유로운지가 꽤 달라진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