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류동 어르신 데이케어, 수원천 아래 동네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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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류동은 팔달문 남쪽으로 내려온 자리에 있다. 수원 도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오면 …
- 이 동네 바깥 활동의 중심은 수원천이다. 세류동은 수원천 하류에 걸쳐 있어서 물길을 따라 걷는…
- 세류동은 신도시가 아니다. 택지지구도 아니다. 수원 구도심의 남쪽 자락에 붙어 오래 자라온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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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류동은 팔달문 남쪽으로 내려온 자리에 있다. 수원 도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오면 자연스럽게 닿는 동네다. 그래서 출근길에 어르신을 모시는 가족의 동선이 크게 꺾이지 않는다. 수원 중심가 쪽으로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아침에 세류동에 들렀다가 팔달문 방향으로 북상하면 되고, 반대로 남쪽 권선 방면 직장이라면 그대로 내려가면 된다. 매교 방면에서 내려오는 길도 세류동으로 이어져 있어서 수원천 상류 쪽에 사는 가족이 들르기에도 무리가 없다. 주말에 잠깐 얼굴을 보러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류역이 동네 안에 있으니 차가 없는 가족은 전철로 와서 걸어 들어오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어르신을 맡기는 일이 매일 반복되는 일과가 되면, 이 '크게 돌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하루 이틀은 멀어도 참지만 한 달, 두 달이 되면 동선이 곧 지속 가능성이 되기 때문이다.
이 동네 바깥 활동의 중심은 수원천이다. 세류동은 수원천 하류에 걸쳐 있어서 물길을 따라 걷는 길이 가깝다. 봄에는 천변을 따라 풀이 오르고 물소리가 제법 살아난다. 어르신들이 가장 걷기 좋아하는 계절이 이때다. 여름이 되면 낮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대신 해가 기운 저녁 무렵 물가 쪽으로 나오는 사람이 늘고, 물길 근처는 도로변보다 확실히 시원하다. 가을은 이 동네가 가장 예뻐지는 때다. 천변 길에 그늘이 적당히 지고 바람이 선선해서, 짧게라도 밖으로 나갔다 오는 일정을 넣기에 좋다. 겨울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가 쪽은 바람이 매섭고 길이 얼면 미끄럽다. 이 계절에는 바깥 활동보다 실내에서 몸을 움직이는 쪽으로 하루가 짜인다. 계절이 이렇게 뚜렷하게 갈리는 동네라, 세류동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도 사계절 프로그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먼저 물어보곤 한다.
세류동은 신도시가 아니다. 택지지구도 아니다. 수원 구도심의 남쪽 자락에 붙어 오래 자라온 동네다. 팔달문 아래로 이어진 옛 생활권이 그대로 남아 있고, 골목과 낮은 건물과 오래된 상가가 뒤섞여 있다. 이런 동네에 사는 일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어르신들이 수십 년을 같은 길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어느 골목 모퉁이에 뭐가 있었는지, 누가 살았는지를 다 기억한다. 낯선 곳으로 옮겨가면 그 기억이 끊긴다. 반대로 동네 안에서 하루를 보내면 창밖 풍경이 익숙하고, 오가는 길에서 아는 얼굴을 마주치기도 한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어르신일수록 이 익숙함이 주는 안정이 크다. 가족들이 굳이 멀리 좋다는 곳을 찾기보다 동네 안에서 알아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도심이라 새 아파트 단지처럼 반듯하진 않지만, 사람이 오래 산 동네만의 온기가 남아 있다.
교통으로 보면 세류동의 중심은 1호선 세류역이다. 전철 한 줄이 동네를 지나간다는 건 생각보다 큰 조건이다. 지방에 사는 자녀가 올라올 때도 세류역까지 오면 되고, 서울 쪽에 사는 가족이 주말에 내려올 때도 환승 없이 닿는다. 운전이 부담스러운 며느리나 사위가 전철로 오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차로 움직인다면 팔달문 방향으로 북상하는 길과 권선동 경계 쪽으로 빠지는 길이 주로 쓰인다. 매교 방면으로 이어지는 길도 있어서, 수원천을 따라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다만 구도심 도로라 출퇴근 시간대에는 정체를 감안해야 한다. 아침 등원 시간이 통근 시간과 겹치는 만큼, 세류동 데이케어센터를 알아보는 가족이라면 실제로 그 시간대에 한번 차를 몰고 다녀보는 편이 정확하다. 지도상 거리보다 시간대별 체감 거리가 더 중요한 동네다.
지형을 보면 세류동은 대체로 평지에 가깝다. 수원천 하류가 지나가는 자리라 물길을 따라 낮게 펼쳐진 땅이다. 팔달문 쪽으로 올라가면 조금씩 지대가 오르지만, 동네 안쪽은 걷기에 부담이 되는 급한 경사가 많지 않다. 이건 어르신에게 꽤 중요한 조건이다. 언덕이 심한 동네에서는 대문 앞 몇십 미터를 나오는 것부터가 일이다. 세류동은 그런 지역에 비하면 발이 편한 편이다. 녹지는 주로 수원천을 따라 이어진 물가 쪽에 몰려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는 아니지만 물길이 있다는 것만으로 계절을 느낄 만한 바깥 공간은 확보된다. 평지에 물길, 이 조합이 어르신 보행에는 나쁘지 않다.
이런 지형과 길의 성격은 어르신의 하루 이동에 그대로 드러난다. 큰길에서 갈라져 나온 골목이 많은 구도심이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길폭이 좁아지는 구간이 있다. 승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골목도 있고, 반대로 큰길에서 바로 붙는 집도 있다. 그래서 같은 세류동이라도 사는 위치에 따라 아침 이동이 수월한 정도가 달라진다. 다행히 경사가 완만한 동네라 짧은 거리를 걸어 큰길까지 나오는 일이 크게 힘들지는 않다. 면회를 오는 가족 입장에서는 팔달문 쪽에서 내려오는 방향이나 세류역에서 접근하는 방향이 대체로 편하다. 권선동 경계 쪽에서 들어오는 길도 있지만, 낯선 사람에겐 골목이 헷갈릴 수 있다. 이 동네에서 주간보호센터 같은 시설이 하는 역할은 결국 이런 지리적 조건 위에 놓인다. 하루를 보낼 자리가 동네 안에 있으면, 어르신은 평생 걸어온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낮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가족 역시 멀리 가지 않고 얼굴을 볼 수 있다. 구도심의 좁은 골목과 낮은 지대가 만드는 불편이 없지는 않지만, 익숙한 길 위에서 하루가 흘러간다는 점은 이 동네가 가진 분명한 이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