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동 데이케어, 언덕과 탄천 사이에서 보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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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동은 신도시가 아닙니다. 성남 원도심,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래 살면서 함께 나이 들어온 구…
- 주거 형태를 보면 대단지 아파트보다 저층 주택이 훨씬 많습니다. 언덕을 따라 다세대와 단독주택…
- 태평동 지형은 한마디로 반반입니다. 탄천 쪽으로 내려가면 평지가 넓게 펼쳐지지요. 물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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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동은 신도시가 아닙니다. 성남 원도심,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래 살면서 함께 나이 들어온 구도심이지요. 반듯하게 구획된 동네를 떠올리고 오시면 조금 당황하실지도 모릅니다. 길은 좁고 골목은 여러 갈래로 갈라집니다. 대신 이 동네에는 새 도시가 갖기 어려운 것이 있어요. 같은 자리에서 오래 장사해온 가게 주인이 어르신 성함을 알고 며칠 안 보이시면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요즘은 재개발이 여기저기 진행되면서 그 익숙한 얼굴들이 조금씩 흩어지는 중입니다. 자식들은 일찌감치 다른 도시로 나가고 어르신 혼자 남은 집이 유난히 많지요. 낮 동안 말 붙일 사람이 없다는 것, 끼니를 대충 넘기게 된다는 것. 태평동에서 데이케어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걱정이 대개 이 둘입니다.
주거 형태를 보면 대단지 아파트보다 저층 주택이 훨씬 많습니다. 언덕을 따라 다세대와 단독주택이 촘촘히 붙어 있고 그 사이로 계단과 골목이 실핏줄처럼 뻗어 있어요. 어르신이 사시는 집에는 대개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반지하부터 계단을 한참 올라야 닿는 위층까지 형태도 제각각이지요. 여기에 재개발 구역이 섞이면서 동네 풍경이 한 블록 단위로 달라집니다. 한쪽에는 공사 가림막이 서 있고 길 하나 건너면 여전히 사람이 사는 오래된 집들이 이어집니다. 이사를 권해도 어르신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세요. 평생 다닌 길과 아는 얼굴이 전부 여기 있으니까요. 그래서 태평동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시는 가족들은 집은 그대로 두고 낮만 어떻게 해달라는 마음으로 연락을 주십니다.
태평동 지형은 한마디로 반반입니다. 탄천 쪽으로 내려가면 평지가 넓게 펼쳐지지요. 물길을 따라 산책로가 길게 이어지고 그늘도 제법 있습니다. 반대로 성남대로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땅이 가파르게 솟아오릅니다. 젊은 사람도 숨이 차는 언덕이라 어르신 걸음으로는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아요. 같은 동네인데 사는 위치에 따라 바깥 활동의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언덕 위에 계신 분들은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며칠씩 문밖으로 못 나오시기도 하고요. 탄천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사철 물가를 걷는 게 일과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하루를 짜면 어르신 생활이 어긋납니다.
그래서 하루 동선은 지형을 먼저 읽는 데서 시작합니다. 아침 픽업은 언덕 위쪽부터 도는 편이 낫지요. 골목이 좁아 차가 집 앞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큰길 어귀에서 어르신을 맞아 몇 걸음 함께 걷습니다. 손을 잡아드리는 그 짧은 거리가 사실 하루 중 가장 조심스러운 구간이에요. 낮에는 식사와 활동으로 시간이 채워지고 오후가 되면 다시 순서를 짜서 댁으로 모십니다. 저녁 귀가는 아침의 역순이 아닙니다. 해가 짧은 계절에는 언덕길 어두운 구간부터 먼저 정리하거든요. 가족 면회는 성남대로 가까운 쪽이 수월합니다. 퇴근길에 잠깐 들르시는 보호자가 많아 저녁 시간대 방문이 자연스럽지요. 아들과딸 성남(수정) 센터가 태평동 어르신 하루를 맡을 때 제일 신경 쓰는 것도 결국 이 길들입니다.
오가는 길 자체는 생각보다 열려 있습니다. 8호선 태평역이 동네 한복판에 있어서 멀리 사는 자녀분이 지하철로 찾아오기 어렵지 않아요. 가천대역도 지척입니다. 모란시장이 코앞이라 장을 보고 들르시는 보호자도 계시고요. 성남대로는 이 일대의 큰 줄기라 차로 움직일 때 기준이 되어줍니다. 다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성남대로가 꽤 밀립니다. 그래서 픽업 차량은 큰길만 고집하지 않고 골목을 섞어 도는 날이 많아요. 태평동 데이케어센터를 고를 때 지도상의 거리만 보시는 가족이 많은데 실제로 중요한 건 그 길을 하루 두 번 다녀본 경험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어르신들 바깥 활동도 통째로 달라집니다. 봄에는 탄천변만 한 곳이 없어요. 물가 산책로가 평지라 걸음이 느린 분도 부담이 덜하고 앉아 쉴 자리도 곳곳에 있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길어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 잠깐 나섭니다. 가을 천변은 볕이 순해져서 걸음을 일부러 늘리시는 분이 생기지요. 겨울은 조심스럽습니다. 언덕 골목이 얼면 바깥 활동을 접고 실내에서 몸을 움직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재개발로 동네 모습이 해마다 조금씩 변해도 탄천 물길과 계절만은 그대로예요. 이 동네를 오래 다닌 사람에게는 그 변하지 않음이 은근한 위안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