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동 어르신의 하루, 남한산성 자락 언덕 동네에서 데이케어를 고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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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동은 이름 그대로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은 동네다. 뒤로는 남한산성 자락이 완만하게 흘러…
- 문제는 그 지형이 나이 든 다리에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큰길에서 집까지 들어가는 마지막 백…
- 양지동은 신도시가 아니다. 계획해서 반듯하게 구획한 택지지구도 아니고, 아파트만 늘어선 새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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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동은 이름 그대로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은 동네다. 뒤로는 남한산성 자락이 완만하게 흘러내리고, 그 흐름을 따라 동네 전체가 크고 작은 언덕으로 이어진다. 평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골목 하나를 건너면 발밑이 한 뼘씩 올라가 있고, 다시 몇 걸음 가면 저 아래로 집들의 지붕이 내려다보인다. 성남 구도심이 대체로 그렇듯 여기도 산을 깎아 사람이 앉은 땅이라, 걷는 일이 곧 오르내리는 일이 된다. 그 사이에 양지근린공원이 숨을 틔워 준다. 산자락에서 내려온 녹지가 동네 한복판에서 한 번 넓어지는 자리다. 아침이면 그 공원 벤치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나무 그늘이 두텁고 길이 순해서, 산까지 오르지 않아도 초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동네 노인들에게는 꽤 큰 재산이다.
문제는 그 지형이 나이 든 다리에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큰길에서 집까지 들어가는 마지막 백 미터가 이 동네에서는 가장 험한 구간인 경우가 많다. 폭이 좁은 골목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고, 경사가 붙은 구간은 겨울에 살얼음이라도 끼면 지팡이를 짚어도 위태롭다. 그래서 양지동에서 어르신이 매일 어딘가로 오간다는 것은 거리의 문제라기보다 높이의 문제다. 큰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과 그렇지 못한 길이 골목 단위로 갈린다. 반대로 남한산성입구역 쪽으로 내려오는 큰길 주변은 도로가 넓고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 차량이 서고 사람이 타고 내리기에 부담이 덜하다. 양지동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위치를 볼 때 지도상의 직선거리보다 '어느 길로 붙는가'를 먼저 살피는 이유가 여기 있다. 멀리 사는 자녀가 주말에 들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덕 위쪽 골목까지 차를 올리는 것보다 큰길 쪽에서 만나 함께 걸어 올라가는 편이 서로 편하다는 이야기를 이 동네에서는 자주 듣는다.
양지동은 신도시가 아니다. 계획해서 반듯하게 구획한 택지지구도 아니고, 아파트만 늘어선 새 동네도 아니다. 오래 다져진 성남 구도심의 한 자락이다. 그래서 골목 안쪽에는 수십 년 된 노후 주택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옆으로는 재개발을 거친 아파트 단지가 새로 올라와 있다. 두 풍경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모습이 이 동네에서는 흔하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 이 혼재는 장단이 뚜렷하다. 한곳에 사십 년, 오십 년을 산 어르신들이 많아 이웃끼리 서로의 사정을 안다. 누가 요즘 안 보인다 싶으면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 동네다. 다만 오래된 집은 대체로 계단이 많고 문턱이 높다. 거동이 조금씩 불편해지는 나이에 정든 집을 떠나기는 싫고 집 안에서만 지내자니 말할 상대가 없어지는 것, 그 사이에서 낮 시간을 보낼 곳을 찾게 되는 흐름이 이 동네에서는 자연스럽다.
오가는 길의 중심은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이다. 동네에서 지하철을 탄다고 하면 대개 이 역을 말한다. 역이 가깝다는 것은 어르신 본인에게보다 오히려 가족에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사는 자녀가 큰 짐 없이 지하철 한 번으로 부모를 보러 올 수 있으니, 주말에 얼굴 보는 일이 큰 결심 없이 가능해진다. 역 주변으로는 버스가 모이고 도로도 넓어져서, 양지동 데이케어센터를 알아볼 때 이 역 방향으로 얼마나 붙어 있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되곤 한다. 다만 역까지 나가는 길 자체가 내리막이자 오르막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나갈 때는 수월하고 돌아올 때는 숨이 차다. 그래서 어르신 혼자 매일 그 길을 오가는 것과, 정해진 시간에 차가 서는 자리까지만 나가는 것은 체감이 아주 다르다.
양지동은 단대동과 산성동 사이에 놓여 있다. 행정동으로는 나뉘어 있지만 살아가는 감각으로는 경계가 흐릿하다. 장을 보러 가거나 병원에 갈 때 동네 이름을 따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단대동 쪽으로 내려가면 생활 편의가 모여 있고, 산성동 쪽으로 올라가면 산이 가까워진다. 이 세 동네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처럼 얽혀 있어서, 시설을 알아볼 때도 굳이 양지동 안쪽만 고집하지 않는 가족이 많다. 성남 수정구 전체로 보면 이 일대가 구도심의 한 덩어리다. 아들과딸 성남(수정) 센터처럼 수정구를 맡는 곳들이 이 생활권을 함께 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어르신에게 중요한 것은 행정 구역이 아니라 익숙한 풍경 안에 머무는 일이다. 매일 지나던 길, 알아보는 얼굴, 눈에 익은 언덕선이 그대로인 곳이라면 낮 동안 나가 있는 일이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이 되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면 이 동네는 표정을 바꾼다. 봄이 오면 양지근린공원 쪽으로 사람이 몰린다. 겨우내 집에만 계시던 어르신들이 하나둘 나와 벤치를 채우고,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바람에 꽃 냄새가 섞인다. 여름에는 반대다. 볕이 잘 드는 동네라는 말은 여름에 그늘이 귀하다는 말이기도 해서, 한낮에 언덕을 오르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대신 해가 기운 저녁 무렵이면 공원 산책로에 사람이 다시 늘어난다. 가을은 이 동네가 가장 예쁜 때다. 남한산성 자락이 물들면서 굳이 산까지 오르지 않아도 동네 안에서 단풍을 본다. 문제는 겨울이다. 경사진 골목에 눈이 얼어붙으면 바깥출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그 시기에 어르신들이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부쩍 길어진다. 낮 동안 어디든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는 자리가 필요해지는 것도 대개 이맘때다. 겨울을 한 번 나 보고 나서야 그런 곳을 찾기 시작하는 가족이 이 동네에는 유난히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