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서 데이케어를 찾는다면 — 동네 길과 지형부터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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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판교는 논밭 위에 새로 그은 계획도시다. 구도심처럼 오래된 골목이 얽혀 있지 않고, 봇들마을과…
- 계획도시의 장점은 어르신의 하루 이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판교의 도로는 대체로 곧고 …
- 오가는 길로 보면 판교는 사방이 열린 동네다.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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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는 논밭 위에 새로 그은 계획도시다. 구도심처럼 오래된 골목이 얽혀 있지 않고, 봇들마을과 판교원마을 같은 대단지가 넓은 블록 단위로 자리를 잡았다. 이 성격은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가족에게 꽤 큰 차이로 다가온다. 길이 예측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판교테크노밸리로 출근하는 맞벌이 자녀 세대가 두텁게 살고 있어서, 낮 시간에 집이 비는 집이 유난히 많은 동네이기도 하다. 아침에 부부가 함께 나가면 어르신 혼자 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하루 단위 돌봄을 알아보는 가족은 대개 어느 시설이 좋으냐보다 먼저 낮 동안 어르신이 어디에 계실지를 고민한다. 서판교의 단독주택가와 동판교의 상업지는 분위기가 확연히 갈린다. 서판교 쪽은 조용하고 한적한 대신 걸어서 닿는 생활 시설이 적고, 동판교 쪽은 오가는 사람이 많아 활기가 있다. 같은 판교라도 어느 쪽에 사느냐에 따라 하루의 결이 달라지는 셈이다.
계획도시의 장점은 어르신의 하루 이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판교의 도로는 대체로 곧고 폭이 넉넉하다. 오래된 동네처럼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골목에서 마주 오는 차와 실랑이할 일이 드물다. 등원과 하원 시간대에 차량이 단지 앞까지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뜻이다. 지형도 순하다. 봇들마을과 판교원마을 일대는 평지에 가까워서,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쓰는 어르신이 차에서 내려 건물 입구까지 가는 길에 급한 경사를 만날 일이 별로 없다. 다만 서판교 단독주택가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단독주택가 특유의 좁고 굽은 진입로가 있어서, 큰 차가 문 앞까지 바짝 붙기 어려운 자리가 군데군데 있다. 이런 곳에 사는 가족은 어르신을 어디까지 부축해서 나와야 하는지를 미리 헤아려두는 편이 낫다. 면회를 오는 가족 입장에서는 동판교 상업지 쪽이 접근이 수월하다. 주변에 차를 세울 곳이 있고, 방향을 잡기도 쉽다.
오가는 길로 보면 판교는 사방이 열린 동네다.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이다. 서울이든 남쪽이든, 멀리 사는 자녀가 주말에 차를 몰고 부모를 보러 오기에 이만한 관문이 없다.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곧 판교 시내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한참을 헤매야 하는 동네가 아니라는 점은 생각보다 큰 차이다. 동네 안에서는 마을버스가 촘촘하게 단지 사이를 잇는다. 계획도시라 노선이 단순하고, 단지에서 단지로 넘어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어르신 혼자 버스를 타고 움직이기에도 부담이 덜하다. 판교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위치를 따질 때 이 짧은 이동 시간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침저녁으로 왕복하는 길이 길면, 정작 낮에 계시는 시간보다 차 안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때문이다.
판교의 녹지는 어르신에게 특히 후한 편이다. 낙생대공원과 봇들공원은 둘 다 평지에 가깝게 조성되어 있다. 산을 오르듯 힘을 써야 하는 공원이 아니라, 천천히 걷다가 앉았다가 다시 걷는 산책이 가능한 곳이다. 무릎이 약한 분들에게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금토천 물길도 동네를 지난다. 하천을 낀 길은 대체로 완만하고 시야가 트여 있어서, 오후에 잠깐 바람을 쐬기에 알맞다. 계절이 바뀌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집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하루 종일 실내에 계시는 어르신에게 작지 않은 일이다. 판교 데이케어센터를 알아볼 때 주변에 이런 평지 녹지가 있는지를 함께 살피는 가족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건물 안에서만 하루를 보내느냐, 날 좋은 날 잠깐이라도 밖 공기를 마시느냐는 결국 그 시설이 어디에 앉아 있느냐에 달려 있다.
판교동과 삼평동 일대는 행정적으로 성남시 분당구에 속한다. 판교는 분당 생활권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오래 분당에서 살다가 판교로 옮긴 가족도 많고, 반대로 부모는 분당에 계시고 자녀가 판교에 사는 경우도 흔하다. 두 지역 사이를 오가는 데 큰 마음을 먹을 필요가 없다. 이 지역의 노인 돌봄 시설을 찾을 때 판교 안쪽만 볼 게 아니라 분당 쪽까지 함께 놓고 보는 가족이 많은 것은 그런 배경 때문이다. 아들과딸 분당판교 센터처럼 분당과 판교를 함께 아우르는 이름을 쓰는 곳이 있는 것도, 두 동네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계를 넘는다는 감각이 별로 없는 지역이다.
결국 가족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잠깐 들를 수 있느냐다. 판교테크노밸리로 출퇴근하는 자녀라면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일터와 주거지가 한 동네 안에 있으니, 저녁에 아이를 데리러 가듯 부모를 들여다보고 집으로 향하는 동선이 나온다. 멀리 사는 자녀도 사정이 나쁘지 않다. 주말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판교나들목으로 들어오면 그날 안에 왕복이 어렵지 않다. 방향으로만 따져도 서판교에서 동판교로 넘어가는 길, 봇들마을에서 판교원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모두 짧다. 하루가 빠듯한 가족에게 이 짧음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조건이다. 자주 들를 수 있는 위치인가. 판교에서는 그 질문에 대체로 그렇다고 답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