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동에서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에게 — 옛 판교의 길과 언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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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동은 판교신도시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부터 사람이 살던 땅이다. 운중천 상류가 동네 곁을…
- 판교원마을과 너더리마을 일대는 저층 주거지의 성격이 짙게 남아 있다. 판교신도시 개발 이전부터…
- 가족이 들르기에 판교동의 위치는 애매하지 않다.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이 가까워 외곽에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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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동은 판교신도시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부터 사람이 살던 땅이다. 운중천 상류가 동네 곁을 지나고, 그 물길을 따라 평지가 얇게 펼쳐진다. 하지만 조금만 서판교 방면으로 들어서면 땅이 슬슬 올라간다. 낙생대공원 쪽으로 이어지는 비탈은 걸어 오르면 숨이 차는 정도다. 어르신들이 산책 삼아 나서기에 공원 안의 완만한 길은 괜찮지만, 거기까지 가는 동네 골목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판교박물관 인근처럼 평탄하게 이어지는 구간도 있고, 너더리마을 안쪽처럼 짧은 오르막이 반복되는 구간도 있다. 같은 판교동이라도 어느 골목에 사느냐에 따라 하루의 걸음 수가 달라진다. 녹지가 가깝다는 건 분명한 복이다. 다만 그 녹지가 대체로 언덕 위에 있다는 점은 나이 든 몸에게 다른 이야기가 된다.
판교원마을과 너더리마을 일대는 저층 주거지의 성격이 짙게 남아 있다. 판교신도시 개발 이전부터 있던 옛 판교 원도심이라, 오래된 집과 새로 지은 집이 한 골목 안에 섞여 있다. 여기 사는 어르신들 중에는 수십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킨 분이 적지 않다. 자녀가 결혼해 나가고 부부만 남았다가, 이제는 혼자 사는 집도 늘었다. 계단이 있는 이층집에서 무릎이 아파도 그냥 사는 경우가 흔하다. 이사를 권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마당이 있고 이웃 얼굴을 다 아는 동네를 떠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교동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볼 때 가족이 가장 먼저 재는 것도 집을 옮기지 않고 낮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용한 저층 주거지라는 조건은 그 고민을 조금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
가족이 들르기에 판교동의 위치는 애매하지 않다.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이 가까워 외곽에서 들어오는 길이 짧다. 퇴근길에 잠깐 부모님 얼굴을 보고 가려는 자녀라면 나들목에서 빠져 원도심 방향으로 들어오는 동선을 쓴다. 주말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낙생대공원 쪽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는 가족도 있다. 서판교 방면에서 넘어오는 길은 신호가 적어 이동이 매끄러운 편이다. 다만 원마을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 시간을 쓰게 된다. 이 점을 아는 가족은 큰길 가까운 곳에 차를 두고 몇 분 걷는 쪽을 택한다.
판교동은 신도시 한복판이 아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판교신도시와 한 이름을 쓰지만, 체감은 구도심에 훨씬 가깝다. 새로 계획된 블록의 반듯함 대신 오래된 길이 지형을 따라 휘어져 있다. 이런 곳에 산다는 건 편의시설이 걸어서 코앞에 늘어서 있는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대신 얻는 것도 있다. 차 소리가 덜하고, 밤이 이르게 조용해지고, 오래 산 사람끼리 서로의 사정을 안다. 나이 든 분들이 이 동네를 잘 떠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판교동 데이케어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익숙한 길과 익숙한 얼굴에서 멀어지지 않는 선택이 어르신에게는 생각보다 큰 차이로 남는다.
오가는 길의 뼈대는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이 잡아 준다. 멀리서 오는 가족은 대부분 이 나들목을 거친다. 동네 안에서 움직일 때는 서판교 방면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주요 축이 된다. 운중천 상류를 따라 난 길도 방향을 잡는 기준으로 쓰인다. 낙생대공원과 판교박물관은 위치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지점이다. 처음 오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 줄 때도 이 두 곳을 먼저 대면 대체로 통한다. 원도심 안쪽 길은 폭이 넓지 않아 큰 차로 들어오면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어르신이 아침에 집을 나서 낮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돌아오는 하루를 생각하면, 이 동네의 길은 구간마다 성격이 다르다. 큰길에서 판교원마을 초입까지는 차가 드나드는 데 무리가 없다. 문제는 그 안쪽이다. 골목 폭이 좁아지고 경사가 붙는 구간에서는 승합차가 들어와 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이 일대에서는 골목 어귀나 평탄한 지점을 만남의 자리로 삼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너더리마을처럼 짧은 오르막이 반복되는 곳은 특히 그렇다. 주간보호센터 같은 시설이 이 동네에서 하는 역할도 결국 그 지점에 있다. 언덕과 좁은 길 때문에 하루 종일 집 안에만 머물기 쉬운 어르신에게 낮 동안 나갈 곳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족이 면회하러 올 때는 판교나들목에서 들어와 큰길에 차를 대고 걷는 쪽이 골목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보다 낫다. 저층 주거지라 사방이 트여 있어 길을 잃을 걱정도 적은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