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동에서 주간보호센터를 찾는 가족에게 — 이 동네 길과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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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야탑동은 분당 동북부의 교통 요지에 자리한 대규모 아파트 주거지다. 그래서 길이 넓고 반듯하다…
- 장보기는 이 동네에서 꽤 편한 축에 든다. NC백화점 야탑점이 역 가까이에 있어 옷이며 생필품…
- 교통으로 보면 야탑동은 이름값을 한다. 분당선 야탑역이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고, 성남종합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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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탑동은 분당 동북부의 교통 요지에 자리한 대규모 아파트 주거지다. 그래서 길이 넓고 반듯하다. 신도시로 계획해 만든 동네라 큰 도로가 격자로 뻗어 있고, 단지와 단지 사이를 잇는 진입로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어르신을 태운 차량이 드나들 때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구도심 골목처럼 급한 경사를 오르거나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차와 실랑이할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매화마을과 장미마을 같은 대단지는 단지 안쪽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현관 가까이에서 타고 내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야탑역 주변과 터미널로 향하는 길목은 차가 몰린다. 그 시간대를 피하면 이동은 대체로 수월하다. 가족이 면회하러 올 때도 방향을 크게 고민할 일이 없다. 야탑역 쪽에서 들어오든 탄천변 도로를 타고 들어오든 동네 중심까지는 금방이다. 멀리 사는 자녀가 주말에 잠깐 들르기에도 부담이 덜한 위치다.
장보기는 이 동네에서 꽤 편한 축에 든다. NC백화점 야탑점이 역 가까이에 있어 옷이며 생필품을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어르신들도 날이 궂거나 더울 때는 이런 실내 공간을 즐겨 찾는다. 층마다 앉아 쉴 자리가 있고 계단보다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편이 무릎에 낫다. 단지마다 딸린 상가에는 오래 자리를 지킨 가게들이 있다. 미용실이며 세탁소, 반찬가게 같은 곳은 얼굴을 익힌 사이라 안부를 묻고 지낸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어르신이 하원한 뒤 며느리와 함께 상가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 가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큰 시설과 작은 가게가 함께 있으니 그날 몸 상태에 맞춰 걸음을 정하면 된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하루가 굴러간다는 점, 그게 나이 든 사람에게는 제일 크다.
교통으로 보면 야탑동은 이름값을 한다. 분당선 야탑역이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고,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바로 곁에 붙어 있다. 지방에 사는 형제가 올라와 부모님을 뵙고 가는 길이 한결 단순해진다. 터미널에서 내려 몇 정거장 움직이면 되니까. 역을 중심으로 버스 노선도 여러 갈래로 뻗어 있어 차 없이 지내는 어르신도 웬만한 볼일은 본다. 분당 동북부 교통 요지라는 말은 결국 어디로든 나가기 쉽다는 뜻이다. 병원 예약이 잡히거나 자녀 집에 다녀와야 할 때, 이 접근성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야탑동 데이케어센터를 알아보는 가족들이 이 동네를 눈여겨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호자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길에 잠깐 들르기 좋은 동선이라서다.
야탑동은 계획해서 만든 신도시 주거지다. 구도심처럼 세월이 겹겹이 쌓인 골목은 없다. 대신 처음부터 사람이 살기 좋게 자리를 잡아 놓았다. 도로와 학교, 공원과 상가가 제자리에 놓여 있고 단지 안 보행로가 잘 연결되어 있다. 이런 동네는 걷는 사람에게 관대하다. 턱이 낮고 길이 평탄하니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끄는 어르신도 밖에 나설 마음이 생긴다. 성남아트센터가 가까이 있다는 것도 이 동네의 성격을 말해 준다. 문화 공간이 생활권 안에 있는 주거지라는 뜻이니까. 입주 초기에 들어와 아이를 키우고 그대로 나이 든 분들이 많다. 그래서 이웃끼리 서로를 오래 안다. 낯익은 얼굴이 있는 동네에서 늙어 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다.
이 동네를 이야기할 때 탄천을 빼놓기 어렵다.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는 아침저녁으로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물가라 여름에도 바람이 선선하게 지난다. 무엇보다 길이 평평하다. 언덕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니 무릎이 성치 않은 분들이 부담 없이 걷는다. 벤치에 앉아 물 흐르는 것을 한참 보다가 돌아오는 어르신도 많다. 야탑동 자체가 대체로 평지에 가까운 지형이라 동네 안을 다니는 일이 힘겹지 않다. 단지 사이사이에 나무가 자라 여름 그늘이 제법 두껍다. 이런 녹지는 데이케어를 이용하는 어르신에게도 의미가 있다. 실내에만 머물지 않고 바깥 공기를 쐬며 걸을 만한 길이 가까이 있다는 뜻이니까.
주거 형태는 대단지 아파트가 중심이다. 매화마을과 장미마을처럼 규모가 큰 단지들이 동네의 골격을 이룬다. 단지 안에 경로당과 쉼터가 있고 벤치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오래 산 분들은 자녀가 독립한 뒤에도 그 집에 그대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동네를 떠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살던 단지 가까이에 자녀가 자리를 잡아 오가며 돌보는 집도 있다. 야탑동 주간보호센터 같은 시설이 이 동네에서 맡는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르신이 살던 집과 익숙한 길을 그대로 두고 낮 시간만 돌봄을 받는 방식이니까.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내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 그 익숙함이 노년의 하루를 지탱한다. 대단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비슷한 사정을 가진 이웃이 가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연히 정보가 오가고 서로 물어 가며 결정하게 된다. 이 동네에서 노년을 보내는 방식은 그렇게 이웃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