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동 데이케어, 탄천 곁 평지 아파트촌에서 보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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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정자동은 오가기가 참 수월한 동네다. 수내역과 미금역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어느 쪽으로 …
- 지형을 보면 정자동은 평지다. 이게 어르신에게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언덕이 많은 동네…
- 이 동네는 초기 분당 신도시의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느티마을과 상록마을 같은 대단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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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동은 오가기가 참 수월한 동네다. 수내역과 미금역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어느 쪽으로 가든 지하철이 멀지 않다. 성남대로를 타는 버스망이 촘촘하게 깔려 있어 어르신을 모시고 나서는 가족도 차 없이 움직이기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마음이 놓이는 건 분당서울대병원이 가깝다는 점이다. 정기 진료가 있는 날이면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가 곧장 센터로 오는 일정도 무리 없이 짜인다. 진료가 잡힌 날마다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동네들도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다. 병원과 집과 센터가 한 생활권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게 이 동네에서 데이케어를 고를 때 가장 크게 체감되는 조건이다. 아들과딸 분당정자 센터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이 접근성 이야기를 먼저 꺼내신다.
지형을 보면 정자동은 평지다. 이게 어르신에게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는 집 앞 백 미터를 나가는 것도 큰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여기는 지팡이를 짚고도 평평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실 수 있다. 동네 옆으로는 탄천이 흐른다. 정자교 아래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길게 뻗어 있고, 물놀이터가 있는 구간은 사람 소리가 끊이지 않는 자리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걸음이 저절로 이어진다.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로도 나무가 자란 길이 있어서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바깥 공기를 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동네는 초기 분당 신도시의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느티마을과 상록마을 같은 대단지가 촘촘하게 들어서 있고, 그 단지들이 자리를 잡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지금 정자동에 사시는 어르신들 중에는 젊은 시절 이사 와 자녀를 키우고 그대로 나이 드신 분이 많다. 낯선 땅이 아니라 평생을 보낸 땅이라는 뜻이다. 겉보기에는 주상복합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 이면으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조용한 아파트촌이 펼쳐진다. 차 소리가 멀어지고 단지 안 정자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이 보인다. 이런 성격의 동네라서 정자동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시는 어르신들은 아침에 나서는 길조차 낯설어하지 않으신다.
하루 동선은 아침 차량으로 시작된다. 단지가 촘촘하고 길이 평평하다 보니 차량이 여러 동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다. 어르신이 차에 오르내리시는 자리도 계단이나 비탈이 아니어서 부축하는 손이 덜 든다. 이게 매일 반복되면 차이가 꽤 크다. 하루를 보내신 뒤 저녁에 모셔다드릴 때도 마찬가지다. 어두워진 뒤에 언덕길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니 넘어질 걱정이 덜하다. 가족이 낮에 잠깐 들러 얼굴을 보고 가시는 일도 어렵지 않다. 성남대로 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길이 복잡하지 않은 덕이다. 정자동 데이케어센터를 처음 알아보시는 가족들께는 이 아침저녁 동선을 먼저 그려보시라고 말씀드린다.
가족 입장에서도 위치가 나쁘지 않다. 수내역이나 미금역 어느 쪽을 이용하든 출퇴근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잠깐 방향을 틀어 들르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성남대로 버스망을 쓰시는 분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말이라면 더 여유가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탄천 쪽으로 나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는 코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병원 일정이 겹치는 날에도 동선이 크게 꼬이지 않는다. 멀리 사는 형제가 올라와도 길 설명이 간단한 편이다.
계절이 바뀌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탄천이다. 봄에는 물가를 따라 초록이 올라오고 산책로에 나온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여름이면 물놀이터 쪽이 시끌시끌해진다. 아이들 웃는 소리를 멀찍이서 듣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밝아지시는 어르신이 계신다. 가을은 단지 안 나무들이 색을 갈아입는 시기라 굳이 멀리 나갈 것도 없다. 정자교를 건너며 바람을 쐬기에도 이만한 계절이 없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바깥 활동이 줄지만, 평지라 눈이 온 뒤에도 길이 험하지 않은 편이다. 창밖으로 탄천 쪽을 내다보며 계절이 지나가는 걸 함께 세는 하루하루가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