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내역에서 걸어 다닐 만한 거리의 노인 주간보호센터 이야기

한눈에 보기
오시는 길
- 수내동을 오래 다녀본 사람은 이 동네 땅이 순하다는 걸 안다. 분당중앙공원 북측으로 이어지는 …
- 수내동은 초기 분당 신도시의 얼굴이다. 택지지구로 계획해 지은 동네라 길이 반듯하고 단지가 크…
- 수내동은 혼자 떨어져 있는 동네가 아니다. 분당구청과 성남시청 방면으로 길이 곧게 붙어 있어 …
오늘의 식사
프로그램
이용 안내
수내동을 오래 다녀본 사람은 이 동네 땅이 순하다는 걸 안다. 분당중앙공원 북측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르신 걸음으로도 숨이 차지 않는다. 서현에서 정자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이 대체로 평지 보행권이라, 지팡이를 짚고도 하루에 한 바퀴는 돌아볼 만하다. 공원 쪽으로 들어서면 계절이 먼저 보인다. 봄에 벚꽃 아래 앉아 계시던 분들이 여름이면 그늘 깊은 자리로 옮겨 앉고, 가을에는 낙엽 밟는 소리 때문에 일부러 그 길로 도신다. 언덕이 없다는 건 사소해 보여도 나이가 드시면 전혀 사소하지 않다. 무릎이 안 좋은 어머니를 모시는 집에서 특히 그렇다. 중앙공원 북측의 녹지가 이 동네 생활의 숨통 역할을 한다.
수내동은 초기 분당 신도시의 얼굴이다. 택지지구로 계획해 지은 동네라 길이 반듯하고 단지가 크다. 양지마을과 푸른마을 같은 대단지는 입주할 때 사십 대였던 분들이 그대로 나이를 드셨다. 그래서 이 동네에는 고령 정주 세대가 두텁다. 삼십 년 가까이 한 단지에 사신 분들끼리는 서로 얼굴을 안다. 구도심처럼 골목이 얽혀 있지도 않고, 신축 아파트촌처럼 사람이 자주 바뀌지도 않는다. 조용한 주거지라는 말이 이 동네에는 정확히 들어맞는다. 어르신을 낮 동안 모시는 자리를 찾을 때 이 성격이 중요하다. 평생 살던 단지 근처를 벗어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 아침에 나서서 저녁에 돌아오는 길이 익숙한 것. 수내역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시는 가족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결국 그 익숙함이다.
수내동은 혼자 떨어져 있는 동네가 아니다. 분당구청과 성남시청 방면으로 길이 곧게 붙어 있어 행정 볼일이 생기면 금방 다녀온다. 남쪽으로는 정자, 북쪽으로는 서현이 바로 붙어 있고 그 사이가 걸어서도 오갈 만한 거리다. 실제로 담당 센터인 아들과딸 분당정자 센터가 정자 쪽에 자리를 두고 있다. 수내에서 정자는 남의 동네가 아니라 같은 생활권의 옆자리에 가깝다. 어르신들끼리도 "정자 쪽 사돈댁" 하면 다들 어딘지 안다. 경계가 흐릿하다는 게 이 지역의 장점이다.
아침 차량이 도는 시간에 이 동네 도로가 어떤지는 살아보면 안다. 단지 안 길이 넓고 차 대는 자리가 정리되어 있어 어르신을 태우고 내리는 데 무리가 없다. 양지마을이나 푸른마을처럼 큰 단지는 동 앞까지 차가 들어가니, 현관에서 차문까지 몇 걸음이면 끝난다. 비 오는 날에도 어르신이 오래 서 계실 일이 없다. 저녁에 모셔다드릴 때도 같은 길을 되짚는다. 평지라 차가 급하게 서거나 기울 일이 없다는 것도 실은 큰 차이다. 멀미가 잦으신 분들께는 이 부분이 특히 그렇다. 가족이 낮에 잠깐 들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분당구청이나 성남시청 방면에서 일을 보다가 오후에 들러 얼굴만 보고 가시는 보호자도 계신다. 수내역 데이케어센터를 고르실 때 이 하루 동선이 실제로 감당 가능한지부터 따져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교통은 수내역이 중심이다. 수인분당선 수내역 역세권이라 지방에 계신 자녀분이 올라오셔도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역에서 나와 방향만 잡으면 대단지들이 바로 보인다. 지하철 한 번으로 정자까지 이어지니 아들과딸 분당정자 센터 쪽으로 오가는 것도 번거롭지 않다. 차로 움직이는 가족은 분당구청과 성남시청 방면 도로를 주로 쓴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일 때 주차 걱정이 덜한 것도 이 동네의 오래된 장점이다.
장 보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가까워서 옷 한 벌, 선물 하나 사려면 다들 그쪽으로 간다. 어르신 모시고 나가서 식사하고 한 바퀴 돌다 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수내동 카페거리는 또 다른 얼굴이다. 젊은 사람들만 다니는 줄 알지만 실은 오전 시간대에 어르신들이 자주 앉아 계신다.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두어 시간 이야기하다 가시는 어머님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딸이 모시고 나와 창가에 앉는 풍경도 흔하다. 대단지 안에도 필요한 가게는 다 있으니 무거운 짐을 들고 멀리 갈 일이 별로 없다. 이런 사소한 편의가 쌓여서 노년의 하루가 편해진다. 수내동 사람들이 이 동네를 잘 안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