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동 어르신의 하루, 탄천 물길 곁에서 — 금곡동 주간보호센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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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금곡동에 오래 살아본 사람은 계절을 달력이 아니라 탄천에서 먼저 읽는다. 봄이 오면 물길을 따…
- 금곡동의 지형은 어르신 모시기에 참 순하다. 탄천을 낀 평지 생활권이라 걷다가 숨이 차오르는 …
- 오가는 길은 미금역을 중심으로 풀린다.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이 만나는 환승역이라 서울에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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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동에 오래 살아본 사람은 계절을 달력이 아니라 탄천에서 먼저 읽는다. 봄이 오면 물길을 따라 난 산책로에 연둣빛이 먼저 돌고, 어르신들 걸음도 그맘때부터 눈에 띄게 가벼워진다. 여름엔 해가 길어 아침 산책이 이르고 저녁 바람이 선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바퀴를 더 도는 날도 있다. 가을 탄천변은 이 동네에서 제일 값나가는 풍경이다. 억새가 서고 물빛이 낮아지면 굳이 멀리 나갈 것도 없이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반나절을 보내는 어르신이 많다. 겨울은 또 겨울대로 안에서 할 일이 생긴다. 바깥 활동이 어려운 날엔 창가에 앉아 물길 쪽을 내다보며 옛날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는데, 이게 은근히 하루를 잘 채워준다. 계절이 바뀌는 걸 몸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된다.
금곡동의 지형은 어르신 모시기에 참 순하다. 탄천을 낀 평지 생활권이라 걷다가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이 거의 없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는 언덕 많은 동네에서 부모님을 모셔본 가족들이 더 잘 안다. 지팡이를 짚든 보행기를 밀든, 평평한 길은 그 자체로 안심이다. 물길을 따라 이어진 녹지가 동네를 길게 관통하고 있어서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몇 걸음만 걸으면 바로 나무 그늘이 나온다. 청솔마을과 무지개마을 같은 대단지 사이사이에도 나무가 자라 있어 동네 전체가 답답하지 않다. 지형이 편하니 활동 계획을 세우는 쪽도 마음이 놓인다. 오늘은 어디까지 걸을지, 몇 분쯤 나갔다 올지를 무리 없이 가늠하게 된다.
오가는 길은 미금역을 중심으로 풀린다.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이 만나는 환승역이라 서울에서 내려오는 자식들도, 분당 안에서 움직이는 가족도 여기서 만나기가 수월하다. 오리역도 가까워서 어느 쪽으로 오든 크게 돌아가는 일이 없다. 분당 남부에 자리 잡은 동네라 구미동 쪽과 정자동 쪽 어디로든 길이 열려 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버스도 자주 다닌다. 어르신을 모시는 일에서 교통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가족이 급히 들러야 할 때 한 시간이 걸리느냐 이십 분이 걸리느냐가 마음의 부담을 완전히 갈라놓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금곡동은 운이 좋은 동네다.
하루는 아침 차량 픽업으로 시작한다. 아들과딸 분당정자 센터에서는 금곡동 일대를 돌며 어르신을 모시는데, 평지 생활권이라 차를 대고 부축해 모시는 자리가 대체로 편하다. 단지 안 도로가 넓고 완만해서 승하차에 쫓기는 일이 적다. 대단지가 몰려 있으니 동선이 자연스럽게 묶이고, 그만큼 차 안에서 오래 흔들릴 일도 줄어든다. 저녁이면 같은 길을 되짚어 댁 앞까지 모셔다드린다. 현관까지 함께 걸어 들어가는 그 마지막 몇 걸음을 가족들이 제일 고마워한다. 면회도 어렵지 않다. 미금역에서 내려 잠깐 걸어오는 거리에 사는 가족이 많아 퇴근길에 잠깐 얼굴 보고 가는 일이 흔하다. 금곡동 데이케어센터를 고를 때 가족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도 결국 이 동선 이야기다.
장보기는 이 동네 어르신들의 오래된 일과였다. 미금역과 오리역 주변으로 상가가 이어져 있어 어지간한 물건은 동네 안에서 다 해결된다. 예전엔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셨을 텐데, 지금은 자식들이 대신 봐다 드리는 집이 늘었다. 그래도 어르신들은 여전히 상가 이야기를 자세히 하신다. 어느 가게가 오래 버텼고 어디가 바뀌었는지를 다 기억하신다. 그 기억이 대화의 좋은 재료가 된다. 함께 걸어 나가 물건 하나 고르고 오는 짧은 외출도 어르신에게는 꽤 큰 사건이다. 익숙한 거리를 다시 걷는 일 자체가 사람을 또렷하게 만든다.
금곡동은 분당 신도시로 계획해 만든 택지지구다. 아파트 단지가 반듯하게 앉아 있고 학교와 공원이 처음부터 자리를 잡고 들어섰다. 구도심처럼 좁고 얽힌 골목이 없어서 길을 잃을 걱정이 덜하다. 오래 살아온 주민이 많다는 것도 이 동네의 성격이다. 젊어서 입주해 자식을 키우고 그대로 나이 든 분들이 여전히 같은 단지에 사신다. 그래서 금곡동에서는 어르신이 낯선 존재가 아니다. 경비 아저씨도 상가 주인도 얼굴을 안다. 계획도시의 편리함과 오래된 동네의 정이 함께 남아 있는 곳, 그게 금곡동이다. 부모님을 이 동네 안에서 계속 모실 수 있다는 사실이 가족들에게는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