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곡지구에서 어르신의 하루가 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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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일곡지구는 택지지구로 계획해 만든 동네라 길이 반듯하다. 아파트 단지 사이 도로가 넓고 갈래가…
- 광주 북부 생활권 안에서 일곡지구는 안쪽에 자리 잡은 동네다. 시내버스가 단지 앞 큰길을 따라…
- 이 동네의 등뼈는 삼각산과 한새봉이다. 두 산자락이 북쪽을 감싸고 그 아래로 평지가 넓게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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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곡지구는 택지지구로 계획해 만든 동네라 길이 반듯하다. 아파트 단지 사이 도로가 넓고 갈래가 단순해서 승합차가 드나드는 데 걸림이 적다. 어르신이 아침에 집을 나와 차에 오르기까지 걷는 거리도 대체로 짧은 편이다. 다만 삼각산과 한새봉에 가까운 위쪽 자락으로 갈수록 길이 조금씩 올라간다. 그 언저리 주택가는 골목 폭이 좁아지고 경사가 붙어서, 큰 차가 문 앞까지 닿기 어려운 자리도 있다. 가족이 낮에 잠깐 들르기에는 어떨까. 양산동이나 매곡 쪽에서 넘어오는 길이 무난하고 첨단지구에서 퇴근길에 들르는 방향도 크게 돌아가지 않는다. 일곡지구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보는 가족이 가장 먼저 재보는 것도 결국 이 하루치 이동 거리다.
광주 북부 생활권 안에서 일곡지구는 안쪽에 자리 잡은 동네다. 시내버스가 단지 앞 큰길을 따라 오가고 정류장에서 단지 입구까지 거리가 멀지 않다. 어르신이 혼자 버스를 타고 나서기에 부담이 덜한 구조다. 본촌산업단지 방면과 첨단지구 방면으로 길이 이어져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가족은 방향을 잡기 쉽다. 양산동과 매곡동, 삼각동이 바로 옆이라 그쪽에 사는 자녀가 부모를 보러 오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큰길이 붐비는 시간대는 있다. 그 시간만 피하면 이동은 대체로 순한 편이다.
이 동네의 등뼈는 삼각산과 한새봉이다. 두 산자락이 북쪽을 감싸고 그 아래로 평지가 넓게 펼쳐진다. 사람이 사는 자리 대부분은 그 평평한 땅 위에 놓였다. 그래서 걷기가 수월하다. 일곡저수지는 동네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도는 물가다. 물을 끼고 한 바퀴 도는 길이 완만해서 다리가 예전 같지 않은 어르신도 천천히 걷기 좋다. 단지마다 붙은 근린공원 녹지도 촘촘하다. 잠깐 앉아 쉴 그늘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하루 대부분을 앉아 지내는 어르신에게 생각보다 큰 차이다. 일곡지구 데이케어센터를 고를 때 산책 나갈 곳이 있는지부터 따지는 가족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곡지구는 아파트 대단지가 주류다. 계획해서 한 번에 지은 지구라 단지들이 비슷한 시기에 들어섰고 지금은 그 안에 나이 든 주민이 두텁게 남았다. 아이 키우려 들어온 부부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늙었다는 뜻이다. 자녀는 다른 동네로 나가고 부모만 남은 집이 흔하다. 산자락 쪽으로는 저층 주택도 섞여 있다. 엘리베이터 없는 집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어르신은 겨울이면 특히 조심스럽다. 같은 동네라도 어느 집에 사느냐에 따라 낮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갈린다.
장보기는 단지 상가에서 거의 해결된다. 상가가 단지마다 붙어 있어 반찬거리를 사러 멀리 나갈 일이 드물다. 병원과 약국도 그 안에 모여 있다. 큰 물건을 사거나 볼일이 있으면 시내 쪽으로 나가는데 그런 날은 자녀가 차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다. 학원가가 발달한 동네라 저녁 무렵 거리 풍경은 젊다. 학생들이 몰려나오는 시간에 어르신들은 이미 집에 들어가 있는 편이다. 낮과 밤의 주인이 다른 동네다.
성격을 한마디로 하면 교육 주거지로 자란 계획 택지지구다. 구도심의 뒤엉킨 골목도 아니고 산단 바로 옆의 번잡함도 아니다. 본촌산업단지와 첨단지구가 멀지 않은데도 동네 안은 조용하게 흐른다. 정돈된 평지에 아파트가 늘어선 풍경은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에게는 그 밋밋함이 곧 편함이다. 길이 헷갈리지 않고 오르막이 적으며 익숙한 얼굴이 오래 남아 있다. 여기서 삼사십 년을 산 어르신에게 이 동네를 떠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일이다. 낮 동안 머물 곳을 동네 안에서 찾으려는 마음도 거기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