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동에서 데이케어를 알아보는 가족에게 — 동네 이야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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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길
- 오치동은 오치삼거리를 중심에 두고 길이 갈라지는 동네다. 동문대로가 동네 곁을 지나가기 때문에…
- 계절이 바뀌는 걸 이 동네에서는 눈보다 공기로 먼저 안다. 무등산이 보이는 자리가 많다 보니 …
- 오치동은 신도시도 아니고 택지지구도 아니다. 오래된 주택가다. 단독주택과 낮은 빌라가 섞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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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동은 오치삼거리를 중심에 두고 길이 갈라지는 동네다. 동문대로가 동네 곁을 지나가기 때문에 차로 움직이는 사람은 방향을 잡기가 어렵지 않다. 각화동 쪽으로 나가면 광주 바깥으로 이어지는 큰길과 만나고, 반대로 문화동 방면으로 접어들면 도심 생활권으로 들어선다.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가족이 이 동네를 두고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어디를 가든 한 번은 오치삼거리를 지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삼거리가 동네의 관문 노릇을 한다. 버스를 타든 승용차를 쓰든 이 지점을 기준으로 시간을 가늠하게 된다. 북구보건소가 멀지 않은 것도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조건이다. 건강 문제로 오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동선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큰길과 생활도로가 비교적 가깝게 붙어 있어서, 노인을 태운 차량이 큰길에서 빠져나와 주택가로 들어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계절이 바뀌는 걸 이 동네에서는 눈보다 공기로 먼저 안다. 무등산이 보이는 자리가 많다 보니 산 능선의 색이 달라지는 걸 창밖으로 확인하게 된다. 봄에는 주택가 골목마다 화단을 손보는 어르신들이 나온다. 담장 밑에 심어둔 것들이 올라오는 시기라 아침 산책 시간이 저절로 길어진다. 여름은 다르다. 볕이 세고 주택가 도로에 그늘이 고르게 깔리지 않아 낮 시간에는 바깥 활동을 접는 집이 많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실내에서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이 늘어난다. 가을이 오면 다시 사람이 나온다. 무등산 조망이 가장 좋은 계절이고 바람도 걷기 좋은 온도로 바뀐다. 겨울에는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언덕진 골목에 서리가 앉으면 미끄러워지기 때문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바깥에 나서는 일이 확 줄어든다. 이 계절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겨울 몇 달 동안 어르신이 집 안에만 머무는 상황을 걱정하는 가족들이 오치동 주간보호센터 같은 곳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것도 대개 이맘때다.
오치동은 신도시도 아니고 택지지구도 아니다. 오래된 주택가다. 단독주택과 낮은 빌라가 섞여 있고, 골목의 폭도 구역마다 제각각이다. 이런 동네의 성격은 사는 사람에게 두 방향으로 느껴진다. 좋은 쪽부터 말하면 관계가 살아 있다. 수십 년 산 사람이 많아서 옆집에 누가 어떻게 지내는지 대충 안다. 어르신이 며칠 안 보이면 알아채는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이건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쉽게 얻기 어려운 조건이다. 반대쪽도 있다. 오래된 주택은 계단이 많고 문턱이 높다. 승강기가 없는 2층 집에서 무릎이 아픈 어르신이 오르내리는 일이 매일의 숙제가 된다. 집 구조가 몸 상태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자식들이 이사를 권해도 평생 산 동네를 떠나지 않겠다는 어르신이 많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집을 옮기는 대신 낮 시간을 보낼 곳을 찾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부모님을 이 동네에 두고 다른 데 사는 자식들에게 오치동의 위치는 나쁘지 않다. 동문대로를 타고 오가는 길이 익숙해지면 출퇴근길에 잠깐 들르는 게 무리한 일정이 아니게 된다. 각화동 방향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오치삼거리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로 진입한다. 문화동 쪽에서 올라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방향에서 오든 크게 돌아가는 구간이 없다는 게 이 동네의 강점이다. 주말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는 가족이라면 차를 세우는 문제가 남는다. 오래된 주택가라 골목 주차가 빠듯한 구역이 있고, 그럴 때는 큰길 가까운 쪽에 대고 몇 분 걸어 들어오는 편이 낫다. 광주 북구 안에서 움직이는 가족이라면 이동 자체가 부담이 되는 거리는 아니다. 실제로 아들과딸 광주일곡 센터처럼 북구에 자리 잡은 곳들이 이 일대 가족들의 선택지에 올라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멀리 보내지 않고 같은 구 안에서 해결한다는 감각이 부모를 맡기는 사람에게는 꽤 중요하다.
지형으로 보면 오치동은 완전한 평지가 아니다. 무등산이 조망되는 위치라는 건 뒤집어 말하면 그쪽으로 지대가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네 안에서도 구역에 따라 높낮이가 다르다. 큰길에 가까운 쪽은 비교적 평평하고 걷기에 부담이 적다. 반면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완만하게 오르막이 붙는 구간이 생긴다. 젊은 사람은 의식하지 못하는 정도의 경사인데 여든을 넘긴 어르신에게는 다르다.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쓰는 경우라면 이 경사가 하루 활동 범위를 결정해 버린다. 녹지는 무등산 자락의 풍경이 멀리서 받쳐주는 형태다. 동네 안의 작은 화단이나 골목 틈의 나무가 실제로 어르신이 매일 마주하는 초록에 가깝다. 이런 지형 위에서는 걷는 거리보다 오르내림이 더 큰 변수가 된다.
이 동네의 길과 지형은 어르신의 하루 이동에 꽤 구체적으로 작용한다. 큰길에 면한 구역은 차량이 드나들기 수월하다. 동문대로에서 빠져나와 곧장 접근되는 자리라면 아침저녁으로 타고 내리는 일에 무리가 없다. 문제는 안쪽 골목이다. 폭이 좁아지고 경사가 붙는 구간에서는 큰 차가 들어가기 어렵고, 결국 어르신이 골목 어귀까지 걸어 나오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겨울철 노면이 얼면 이 짧은 거리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이 일대에서 오치동 데이케어센터를 알아보는 가족은 시설 내부만 보지 않는다. 집 앞 골목이 어떤 상태인지, 차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를 함께 따진다. 면회를 오는 입장에서는 오치삼거리를 기준으로 방향을 잡는 편이 가장 단순하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그 지점을 지나면 남은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주간보호 시설이 이런 동네에서 하는 역할도 결국 여기에 있다. 경사와 골목 때문에 좁아진 어르신의 활동 반경을 낮 시간만이라도 넓혀주는 것. 집에 갇히기 쉬운 계절에 나갈 곳이 하나 생긴다는 게 가족에게는 작지 않은 차이다.






